[더구루=오소영 기자] 현대차·기아, 일본 닛산과의 협상 결렬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연내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발표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잇단 협력 무산은 적절한 파트너사를 고르는 과정이며 조 바이든 대통령과 완성차 업체들이 이끄는 전기차 물결에 애플이 가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투자은행 웨드부시의 다니엘 입스 애널리스트는 15일(현지시간) 투자자 메모에서 애플과 닛산, 현대차·기아의 협상 무산을 "애플이 데이트 게임(Date game)을 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하며 "올해 전기차 시장에 진출할 토대를 마련하고자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닛산은 지난 9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애플과의 협업 의지를 내비치며 잠재 협력사로 거론됐다. <본보 2021년 2월 10일 참고 닛산 "애플카 협력 관심 있다"…현대차 협상 중단 영향> 하지만 브랜드 사용 문제를 두고 입장 차를 보여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현대차·기아도 지난 8일 공시에서 애플카 생산과 관련해 "애플과 협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었다.
유력 파트너들과의 협력이 줄줄이 물 건너갔지만 애플의 연내 전기차 시장 진입은 유효하다고 입스 애널리스트는 보고 있다. 그는 "애플이 향후 3~6개월 이내에 파트너십을 발표할 가능성이 최소 85%다"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입스 애널리스트는 "바이든 대통령이 일으킨 그린 웨이브(Green Wave),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기존 완성차 업체들의 공격적인 전기차 투자 등을 고려할 때 지금이 애플이 시장에 뛰어들 적기"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친환경 정책을 펼치며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기대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미국산 전기차 제조·판매 지원, 충전소 확대 등을 약속했다.
정부의 지원 속에 GM과 포드 등 현지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투자에 '올인'하고 있다. GM은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종료하고 전기차 회사로 변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개발에 약 30조원을 쏟는다. 포드도 2025년까지 전기·자율주행차에 약 32조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며 애플도 애플카 개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개발 인력을 모집하고 여러 완성차 업체들과 접촉했다. <본보 2021년 2월 2일 참고 애플, 자동차 엔지니어 300명 채용…애플카 본격화> 입스 애널리스트는 "현대, 테슬라, 포드, 니오, 폭스바겐과 같은 기존 제조사와의 협력은 향후 10년간 황금 파트너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대와 폭스바겐을 애플에 가장 이상적인 파트너사로 뽑았다. 현대차의 전기차 생산 플랫폼 E-GMP와 폭스바겐의 모듈형 전기차 플랫폼 MEB(Modular Electric Drive)가 자율주행차 모델에 쉽게 적용할 수 있어서다.
입스 애널리스트는 "올바른 파트너사를 선택한 애플은 전기차 산업의 주력 제조사로 거듭날 것"이라며 "GM과 포드, 테슬라 등 기존 회사들의 시장점유율을 위협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