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홍성환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크게 뛰었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우려까지 커지면서 물가 상승을 더욱 부추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3일 코트라 미국 뉴욕무역관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한 지난달 24일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넘은 것은 7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천연가스 선물 가격도 35% 급등했다.
전 세계 원유의 13%, 천연가스의 17%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의 에너지 수출국인 러시아에 대한 서방 제재가 강화될 경우 에너지 시장에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이에 앞서 미국 에너지정보국은 지난달 8일 발간한 월간 보고서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긴장 고조 영향으로 올해 유가 전망치를 브렌트유는 배럴당 82.87달러, WTI는 배럴당 79.35달러로 전월 대비 각각 10.6%·11.2%씩 상향했다.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 에너지를 시작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와 식량 공급 문제가 물가 상승을 부추겨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밀∙옥수수 등 농작물 주산지로 주로 중앙아시아와 중동으로 수출한다. 전쟁으로 이들 국가에 농작물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글로벌 식량 가격 인상 압박이 더욱 커지게 된다. 또 러시아는 알루미늄과 비료의 원료인 요소와 칼륨의 주요 생산국이며, 우크라이나는 유럽 최대의 우라늄 생산국이자 티타늄·망간·철·수은 등이 대량으로 매장돼 있는 곳이다.
미국은 당장 반도체 부족 현상 심화를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네온가스와 팔라듐의 주요 공급처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셋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네온가스의 대부분을 러시아와 우크라니아에 의존하고 있다. 초정밀 반도체 생산과 자동차 촉매전환장치 제조에 사용되는 금속인 팔라듐은 러시아가 전 세계 수요의 40% 정도를 공급한다.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물가 상승이다. 팬데믹 이후 공급망 대란과 구인난 등으로 크게 오른 물가는 미국 경제 성장의 최대 리스크로 꼽혔다. 지난 1월 미국의 전년 동기대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시장전망치(7.2%)보다 높은 7.5% 상승하며 1982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트라는 "미국이 동맹국과 함께 러시아를 상대로 강력한 경제 제재로 압박을 가하고 있고, 공포심리가 확산되고 있으나 이번 갈등이 대화로 해결될 가능성도 있어 글로벌 경제 영향이 예상보다 덜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팬데믹으로 인한 록다운 이후 빠른 경제 회복세를 이어온 미국 경제에 러시아·우크라이나발 위기는 또 다른 공급망 대란과 물가 상승의 위협요소가 되겠으나 미국 가계의 견조한 재정 건전성이 어느 정도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