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홍성환 기자] 베트남 정부가 증권사에 대한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충격으로 위축된 주식시장에 유동성을 공급, 증시를 부양하기 위해서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재무부는 증권사에 대한 시중은행의 마진대출 한도를 높이는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은 자기자본의 5%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증권사에 대출을 해줄 수 있다. 베트남 증권위원회에 따르면 은행이 마진 대출로 증권사에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는 신용 한도는 30조5000억동(약 1조6000억원)으로, 상업은행 전체 융자 잔고의 0.4%에 그친다.
재무부의 제안이 실제로 승인되면 증권사는 투자자에게 빌려줄 수 있는 돈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이번 정부의 대책을 환영하고 있다. 사이공하노이증권(SHS) 관계자는 "마진 대출 신용 한도 확대는 신종 코로나에 영향을 받은 모든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정부가 내놓은 많은 경기부양책에서 이 제안은 합리적이다"고 전했다. 이어 "증권사의 자금 흐름이 개선되면 투자자와 주식시장에 중요한 역할을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에베레스트증권 관계자도 "증권사의 대출 수요는 상당히 크게 때문에 증권 부문의 신용 한도를 풀겠다는 방침은 주식시장에 좋은 뉴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주식이 매우 위험한 부문으로 여겨지면서 많은 상업은행이 담보 없는 증권사에 돈을 빌려주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고 했다.
베트남 재무부는 최근 증시 회복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우선 올해 말까지 기업의 증권 관련 수수료 22개 중 20개에 대해 50% 인하 조치를 취했다. 또 주주총회 개최 시한 연장, 자사주 취득 관련 당국 심사 기한 단축, 외국인직접투자(FDI) 기업 베트남 증시 상장 허용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대책은 현지에 진출한 우리 증권사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베트남에 현지법인을 둔 한국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 총 7곳이다.
베트남은 연평균 6~7%대의 높은 경제 성장률과 인구수 15위의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많은 '포스트 차이나'로 주목을 받는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 속 중국을 대체할 최대 수혜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 여파에도 올해 2.7%(국제통화기금 전망)에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국내 증권사가 앞다퉈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한편, 1분기 증권사 마진 대출은 50조동(약 2조6400억원)으로 전년 같은 때보다 14% 감소했다. 미래에셋베트남증권은 7조2000억동(약 3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9% 줄었다. 사이공증권은 25% 감소한 4조동(약 2100억원)이었다.